林森의 招待詩 - 노숙인 재활 일기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4/02/10 [06:25]

林森의 招待詩 - 노숙인 재활 일기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4/02/10 [06:25]

  © 림삼

 

- 林森招待詩 -

 

노숙인 재활일기

 

다시 해 저무는데,

땅거미마저 눈길 거둬

후미진 변두리 공터

무서리에 허연 머리털로

생뚱맞은 허리춤

하릴없는 갈나무 두어그루 섰네

 

어차피 계절 물처럼 흘러

갈 갈잎은 갈 잎인 것을,

몇닢 더 적선받아서

겹이불 삼아 덮고 누우니

웅트린 세상 한 켠

실낱 온기 모락모락

세월은 군불 때누나

 

시린 소슬바람이

먼 산자락 데불고 온

으악새 비명소리 섞이어

피 나듯 눈물 새듯 점 점 묻어나는

이 망할 놈의 고적덩어리,

 

기왕지사 날 등진 세상이나

정작 내야 등지기 전이라-

 

마즈막 해야 할

쬐금쯤은 남겨있을 터

막소주 병나발로

자가충전 완료하곤

헤매도는 발걸음 꼼지락 꼼지락

나름 한껏 분주타

 

- ()의 창() -

 

시절은 분명 한 겨울이지만, 계절 가는 것 따위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은 춥다고, 몸 떨린다고, 난방 잘 된 장소 찾아들며 호들갑 떨지만, 고드름 매달린 처마 밑에서 진저리치며 조용히 옷깃 여미는 사람들이 있다. 뼈 속 깊이 스며드는 바람으로 강추위에 시달리는, 그렇게 하루를 살기가 죽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노숙자(露宿者)’ 또는 노숙인이라는 단어는, 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 역사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빈민 계급을 말한다.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영어로 홈리스(the homeless)’라고도 한다. ‘캐스 R. 선스타인노숙자가 잘 곳이 없다면 그것은 국가가 주택문제를 소유법의 관점에서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IMF 경제위기 이후 실직상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그들을 노숙자(노숙인)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역이나 지하도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당시엔 그들에 대한 공식적 용어는 부랑인이었다.

 

한 개인의 노숙인이 되는 과정은 질병 및 사고 등에 따른 노동력의 손상, 가출이나 이혼같은 가정문제, 실업과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에 따른 사회 안정망의 부재 등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노숙인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숙인에 관한 사회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니 우리 보다도 훨씬 먼저 세계 각국의 노숙인들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등장하였고, 지금은 깊이 뿌리내린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노숙인은 제도나 행사로 구제할 수도 없고, 방침이나 단속으로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는 어떻게 인정하며, 어떤 방법으로 공존하도록 선도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한 거다. 어차피 단순한 입법화로 단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 원칙적인 승인으로 재활을 위한 다음 단계의 방안을 모색하거나 도입하는 것이 차선의 방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노숙인에 관한 문제는 또 다른 제목의 문제를 유발하기 시작했다. 소위 다문화시대에 돌입한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신종 노숙인문제이다. 바로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다국적의 노숙인들이 속 속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어떤 사회단체의 선도 상담요원으로 봉사하면서, 요청에 의해 시내의 요처를 순찰하는데 동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던 어느 날이었다. 시간은 030. 군복 차림에 검정 가방을 멘 중년의 흑인 남성이 서울 6호선 이태원역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을 살피던 그는 곧바로 역 구석으로 가더니 담요를 꺼내 몸을 덮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도 그 장면이 신기한 듯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며 지나갔다. 이름을 묻는 필자에게 그는 스몰 에이라고 한 뒤 입을 닫았다. ‘에이는 이태원동 일대에서 흑인 노숙인으로 통한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가을부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그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전했다.

 

이태원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최근에는 고물을 줍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부역장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자 바깥보다 역 안에 그가 머무르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지금 서울에서 노숙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 국적의 노숙인 B(85)는 지난 가을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B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주장했다.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대구에 있는 요양시설로 보내졌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최근까지 노숙을 했다. 지금은 건강이 나빠져 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에 입원 중이다. 지난 달엔 서울 용산구 인정복지관으로 독일인 C(55)가 찾아와 먹을거리를 요구했다. C는 복지관에서 며칠간 지내다 다시 거리로 나갔다. 복지관과 경찰에 그의 행방을 수소문했더니 현재는 어디서 지내는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외국인 노숙인들은 국내의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임시보호시설을 제외한 일반 노숙인 쉼터와 자활시설, 요양시설은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임시보호시설은 전국적으로 8곳 밖에 없다. 그나마 보호기간 20일이 지나면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

 

외국인 노숙인에게 쉼터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가 있긴 하나 손에 꼽을 정도다. ‘지구촌 사랑나눔대표는 노숙인 시설이 내국인을 수용하면 정부보조금을 받지만, 외국인 노숙인은 보조금 지급대상이 아니다대부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관계자는 국내 노숙인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외국인 노숙인까지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부 외국인정책과관계자는 외국인 노숙인이 합법적 체류자인 경우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도 어렵다임시보호시설이 외국인 노숙인을 의무적으로 보호하게 하는 방안 마련을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외국인 노숙인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제도화보다 먼저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양심과 진실이다. 제아무리 제도가 탄탄하게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해도 그 제도를 이행하고 실천하는 건 엄연히 사람이다. 그래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과 행동으로 마련하고 시행하는 제도라야, 사람이 살만 한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되고 뿌리가 된다.

 

우선은 생각을 씨앗으로 심고, 최선을 다해 경작하여 탐스런 결실로 이끌어가야 한다. 우리의 마음에 어떤 믿음이 움터나면, 그것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고 하나의 씨앗이 되게 하자. 그 씨앗이 우리의 가슴 속 토양에서 싹트게 하여, 마침내 커다란 나무로 자라도록 기도하자, 그렇게 묵묵히 기도하자.

 

사람은 누구나 고귀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지라도 맑고 환한 그 영성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그릇된 길에 헛 눈을 팔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귀한 것일지라도, 입 벌려 쏟아버리고 나면 빈 들녘처럼 허해질 뿐이다. 어떤 생각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지다가, 마침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씨앗은 쭉정이로 그칠 뿐,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이룰 때 그 씨앗은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씨앗으로 거듭난다. 새 봄이 되면 누구나 하나 쯤은 씨앗을 심고 그것을 가꾸며 키워가려고 하기 마련이다. 때론 시들어버리고 말라서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꾸준한 보살핌으로서 아름다운 새 순을 볼 수가 있다. 우리들의 인생 또한 늘 관심 속에 자라고 보살펴준다면, 행복이란 미소와 함께 멋지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키워온 인생 만큼 값진 것이 어디 있을까?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힘들면 힘든 만큼, 이겨낼 수 있는 용기 속에 나만의 씨앗을 멋지게 키우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정한 삶의 승자가 되어있을 거다. 그게 우리가 걸어야 할 삶의 도리이며, 우리가 깨달아야 할 불변의 이치이다.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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